사실 저는 버질 아블로가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뉴닉의 뉴스레터를 통해 그가 오늘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롱블랙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공부 첫 글을 '버질 아블로'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사람공부는 오은영 박사님의 영상을 통해 채워가려고 했으나, 이 또한 사람공부라고 생각되어 첫 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만의 원칙 rules, 논리 logic로 움직이며, 두렵지 않다.
버질 아블로, 그가 죽기 6개월 전 남긴 말입니다.
버질 아블로가 따랐던 자신만의 룰과 로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패션은 옷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짓는 것
확실히 로직 아블로는 단순한 아티스틱 디렉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롱블랙에서 조성은 작가가 말했듯이 그는 사상가였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디자이너들은 옷을 만들 때 패턴을 그리고 옷을 재단합니다.
그러나 버질 아블로는 달랐습니다. 그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옷들 속에서 강조할 점을 골라 엮어내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룰과 로직에 따라 편집한 옷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편집력이 대단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챔피언 티셔츠와 바지, 폴로 럭비 라인 옷을 사 와서 'PYREX 23'이라는 로고를 덧붙여 팔았습니다.
40달러 티셔츠를 떼와서 500달러로 판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지드래곤이 입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고...
PYREX는 버질 아블로가 만든 브랜드 네임이고, 23은 그가 좋아했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넘버입니다.
그런데 중고매장에서 떼온 옷에 글씨를 적어놓고 10배나 넘게 받으며 팔았으니 사기꾼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겠죠?
기성 제품에 프린팅만 해서 판매하는 그의 옷들을 보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버질 아블로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의 디자인은 과거의 산물이다...
내 목표는 사물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협업을 많이 하고, 참조도 많이 하는 이유다.
그래서 내 창작품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 2019년 보그 인터뷰 중에서
위 인터뷰에서도 느껴지듯이 버질 아블로는 패션을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제품들에 따옴표를 넣고 제품의 용도나 이름을 써넣었습니다.
2000달러 검정 부츠에 하얀색으로 "for walking"이라고 쓰거나 "fot rainy days"라고 쓰는 것처럼요.
그리고 가방에는 "sculpture"라고 쓰기도 했어요.
그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옷이 무엇인지 현실을 깨달을 수 있는 영역입니다.
내가 만약 남자 맨투맨 티셔츠를 가져다 뒷면에 "woman"이라고 쓴다면, 그건 예술입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써서 이름을 붙임으로써 사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요.
그 물건에 대해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서 말입니다.
그게 우리가 바바라 크루거에게 배운 겁니다. 두 가지를 충돌시킴으로써 의미를 환기시키는 거죠.
- 2018년 032c 인터뷰 중에서
나중에 사람들은 버질 아블로가 쓴 단순한 타이포그래피를 보고, 그가 이 메시지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나이키와의 협업에서는 그가 신발 끈에 달아놓은 주황색 케이블 타이를 떼고 신어야 하는지 붙인 채 신어야 하는지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토론거리가 되기도 했다고...
이외에도 버질 아블로는 2020년 FW 시즌의 파리 패션위크에서 캐나다의 명품 브랜드 아크테릭스 점퍼와 드레스를 결합한 옷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하면서 버질 아블로는 명품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제게 명품이란 가치 시스템입니다. 어린 친구들에게 명품이란 '갈망'의 다른 말이에요.
저는 이 빈티지 리바이스 진을 갈망해요. 왜냐하면 이것과 같은 걸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거든요.
이게 바로 제겐 명품이에요. 반짝이거나 가장 좋은 천으로 만든 것일 필요가 없어요.
그건 상관없어요. 오프화이트의 정신은 이런 개인적인 명품의 개념에 기반합니다."
- 2018년 032c 인터뷰 중에서
기존의 틀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룰과 로직대로 움직인 그가 바로 명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사람들이 명품을 갖길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희소성"이기도 하잖아요.
그가 보그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 깊어 이 말로 마무리합니다.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서 다트를 던지며 그게 과녁에 명중하기만 기다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실제로 다트 판까지 걸어가면, 직접 다트를 과녁에 꽂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오프화이트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디자인 업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지 않아요.
그냥 나 스스로가 두 세계에 완전히 몰두했죠.
그리고 난 패션 업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이 아니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컬렉션을 만들어낼 사치를 부릴 여유도 없어요."
- 2019년 보그 인터뷰 중에서
'사람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얘기하며 우는 아이 (0) | 2021.12.14 |
---|---|
고기를 거부하는 아이, 이유가 뭘까? (0) | 2021.12.08 |
훈육이란? (0) | 2021.12.07 |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방법 (0) | 2021.12.01 |
사람공부 카테고리는? (0) | 2021.11.29 |
댓글